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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가

일,과 나를 잘 아는 것,에 대한 상관관계

요즘은 세상에 일잘러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이건 일을 잘하는 사람 자체가 늘어난 게 아니라 시대가 바뀌면서 그런 사람들이 본인을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떄문이고, 갓생이 유행하면서 그런 사람들이 쏠쏠한 마케팅 자산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동경하게 만드는데에는 그 브랜드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람을 멋지게 만들어서 그 사람을 여러 고객의 롤모델로 만드는 것이 꽤 유효하니까. 그리고 멋진 사람이 있는 브랜드에 동참하고 싶은 건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나. 나는 여전히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은 그런 걸 할 시간도 없이 사무실에 앉아있는 다는 말을 맹신하긴 하지만, 근래 들어 그 말을 해주신 시니어조차도 요즘은 그런 걸 해야하는 세상이긴 한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것 보면 여전히 나는 동화 .. 아니, 그 어디 가이드 엇비슷한 곳 안에 갇혀있는 것이 틀림없다.

 

아무튼 구구절절 말이 길었지만 멋있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박탈감이 드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일을 하거나 일을 대하는 방식, 태도에 있어 나의 기준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그 사람들을 따르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실 한 사람의 인생은 너무나 무궁하니 그 뒤에는 어떤 삶이 도사리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보이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온갖 사람들을 보고, 배우고싶어하고, 나를 비교하게 되고,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만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고.

 

그러다보니 불행해지지 않으려면 나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여기까지 오는데에는 전 회사의 이런저런 경험도 영향을 끼쳤다. 전 회사는 정말 좋은 점이 많은 회사였는데 늘 나는 마음이 힘들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혼자 나날이 쌓여가는 불안에 혼란해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뭐가 문젠지 모르겠어서 퇴사를 선택하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힘들어하는 나에게 친구들은 퇴사하는게 어떠냐고 했지만, 도저히 힘든 게 다 내 문제인 것만 같아 퇴사하겠다고 말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전 회사는 좋은 점이 많았지만 그게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아니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일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회와 시간과 마음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가 나를 아는 건 중요하다. 정말 나한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일하는데에 있어서, 회사를 고르는데에 있어서, 내가 최우선가치로 둘 것은 무엇일까? 내가 웃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어디일까?

 

회사를 고르는 것뿐만 아니라 일을 하고 업종을 고르는 것도 그렇다. 나는 일을 치열하게 하는 걸 좋아하지만 일정이 넉넉하게 남아있다고 생각하면 별로 집중을 못하는 편이다. 꽤 늘어지기도 하고, 그럴 필요가 없는 일에서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그래서 보통 일할 때 데드라인을 타이트하게 잡는다. 미룰 수 있는 여지 자체를 안두는것이다. 여기서 나는 내 스케쥴을 가능한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주변 사람들이 늘어지면 같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다같이 같은 맥락을 가지고 치열하게 일하는 분위기여야만 나 또한 그 안에서 내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주어진 일이 아니라면 그 외에 능동적인 의욕을 내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사이드프로젝트는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부끄럽게도? 회사의 자랑할 요소도 중요하다. 그것이 제품력이 됐든, 사람들이 됐든, 일하는 방식이 됐든, 사무실 환경이 됐든. 내가 마지막까지 부여잡고 갈만한 자랑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규모가 크거나 사무실이 화려하거나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일하는 곳을 지나보니 체계가 중요하진 않다. 점심시간이 딱딱 정해져있거나, 복지체계가 명확한 것도 나에게 큰 의미는 아니다. 다만 일하는데 불필요한 요소들이 있다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그건 말이 달라진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따라 회사를 결정하는 게 중요하다.

 

 

요즘은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떤 회사가 좋은지, 직장생활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하는지 마치 바이블처럼 너무 일관적인 컨텐츠가 많은 것 같다. 그런 것에 나를 맞춰보면 정말 안맞는 부분이 많다. 자칫하면 그런 것들이 내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게 하고, 내가 아닌 나의 모습을 강요하게 한다. 난 지난 회사에서 그런 것들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퇴사한 후 내가 갖고 있는 가치관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고민하고 나니 여러모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뭐든 참 많은 것들이 판치는 세상에 내 주관을 잃지 않는 것은 일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높은 능률은 잘하는 사람을 닮는 것이 아니라 나를 잘 아는것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