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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가

이제는 도구가 아니라 감각의 시대라고

아주 솔직히, 요즘 어려운 툴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배우려고 하면 다 배울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컨텐츠가 (사실 무료로도) 널려있고, 툴들은 더 많ㄴ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점점 더 쉬워지고. 마케팅을 할 때도 매체에 광고를 세팅하고 무언가를 설정하는 능력은 이제 능력으로도 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또 방식이 유사하니 매체 하나를 다룰 줄 알면 다른 매체 다루는 것쯤은 일도 아니고. 또 대표적으로는 디자인도. 요즘은 온갖 ai 툴까지 나오는 마당에 점점 더 툴은 다루기 쉬워진다. 이력서에 쓰여있는 다룰 수 있는 툴들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특히 이런 프로그램을 다루기 시작했던 우리 세대부터는 더 그런 것 같다. 나보다 더 ai 툴을 잘 다루는 초등학생, 중학생도 이제는 판에 넘칠걸. 지금은 빅쿼리 다룰 줄 알면 오 좀 할 줄 아는 놈이군 소리 듣지만 빅쿼리 못다루는 중고딩은 점점 없어질거다. 실력보다 센스가 더 중요한 시대.

 

그러니까 이제는 감각의 시대라고 불린다. 아마 내가 먼저 쓴 말이 아니라 어느 차고 넘쳐가는 컨텐츠에서 봤을 것이다. 도구를 다루는 건 쉬워지고 그 도구를 어떤 식으로 다루냐, 어떤 걸 표현하냐가 중요한 세상이다. 데이터도 데이터를 따오는 사람보다 그 데이터에서 뭘 읽어내는게 중요한지가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이다. 왜, 요즘은 인사이트풀하다 라는 말도 안되는 단어들도 남발되지 않는가.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감각을 통해서라면 꽤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일까?

 

감각, 센스, 촉, 뭐 그 어떤 게 됐든 그런것들은 절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감각적인 브랜드 하나를 만들기 위해 브랜드리더들은 수십개의 브랜드를 찾아본다. 태생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인생을 평탄하게 살다가 감각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결국 감각적이려면 그 감각이 모두를 감동시켜야하기 때문이다. 감동시킨다는 건 어렵다. 왜냐면 모두가 갖고 잇는 관점이 다르니까. 관점이 다르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다. 똑같은 걸 봐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하니까. 완전히 다른 해석들을 그러모아 감각적이다! 라고 보여주려면 그 전에 수많은 스터디가 필요하다. 툴을 다루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매체를 세팅하는 건 쉽지만 매체가 갖고 있는 기능을 파고들어서 응용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 나는 매체세팅을 커리어를 시작하고 이틀만에 배웠지만 그때와 지금, 매체를 바로보는 시야는 달라졌다. 그리고 대부분의 성과는 그 차이에서 나온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웬 에이포용지에 그린 종이가 몇백만조회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건 종이에서 그 작품이 최선을 다해 빛났기 때문이다. 그 작품이 종이에 있어도 감각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인기를 얻은 것이다. 아주 어쩌면, 종이에 있었기 때문에 빛났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아주 적절한 위치에 적절한 작품성을 보였다는 말이다.

 

감각이 태생부터 튀어나오는 것이라고들 말하는 것 같은 세상이 두려울 때가 있다. 나는 늘 내 감각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센스가 있는 편이 아니니까.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세상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 교집합 어딘가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내는 건 어렵다. 그러기 위해선 수많은 조사와 공부와 경험과 심지어 툴에 대한 능력까지 필요하다. 무엇이든 없는 상태에서 뭐라도 다 될 것 같은 세상을 만드는 게 참 어렵다. 소규모브랜드의 미친 경쟁들은 시장을 기묘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얘기를 다음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나를 무시하지 말고, 절대 그 무엇도 배신하지 않는 시간을 들여 찬찬히 걸어나가는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것을 모두가, 그리고 꼭 내가 기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