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품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제는 어지간한 문제는 다 해결이 되는 세상이 되었다. 생필품을 파는 브랜드에 있다보니 더더욱 그렇다. 제품의 상향평준화가 너무 심해져서, 이제는 온갖 게 다 오버스펙처럼 느껴진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들이 잔뜩 나오고, 뭐 또 그게 여러 마케팅의 이름 아래 팔리고 있으니까.
밤에 책을 읽으면서 지금 회사에 필요한 게 뭘까 고민한 적이 있다. 제품도 좋은데, 브랜드도 좋은데, 감도도 괜찮(으려고 노력하는데)은데, 미묘하게 다른 것들이랑 비교했을 때 한끗이 부족해 선택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뜯어놓고 비교하면 우리보다 훨씬 못한 브랜드와도 가끔은 패배할 때가 있을 때. 처음 나는 그 부족함이 바로 소구점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소구점을 정리해서 상세페이지를 다 갈아엎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일이 생겼다. 나는 뭔가 내가 너무 작은 것에 매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뭘까? 뭘 생각해야할까?
그러다가 브랜드 메시지를 생각하게 됐다. 브랜드의 가치, 우리가 추구하는 단 하나, 그로써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베네핏, 모든 상황에서도 적합하게 맞아떨어지는 딱 그 한 마디. '모든 사람이 치과를 끊을 때까지.' 치과 의사가 개발한 브랜드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이자, 생각해보면 대표님이 늘 하던 말.
모든 브랜드슬로건을 갈음하고, 내부에서도 그 말의 가치에 공감하고, 어떤 업무의 방향을 잡을때도 고려가 되는 것들을 보면서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새벽 두시 반인가, 진짜 잠결에 생각난 문장이라 메모장에 어버버 써놓고 휙 잠들어버렸는데. 심지어 잊어놓고 다음날 업무메모를 하다가 발견했던 문장이였는데, 그게 모두의 공감을 샀다.
나의 아이디어보다는, (늘 내가 이 회사에서 가장 만족하고 있는 부분인데) 대표님이 항상 생각해오던 말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대표님이 회사와 제품에 갖고 있는 애정, 왜 만들게 되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이 회사가 컸으면 좋겠는지를 소소하게 말씀해주실 때마다 많은 감동을 받고는 했는데, 그 감동을 풀어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였다.
브랜드 메시지든, 브랜드 가치든, 갖다 붙이면 다 그 단어가 그 단어지만 내외부에 모두 드러낼 수 있는 회사의 가치적 비전은 필요한 것 같다. 그건 또 회사와 브랜드에 갖고 있는 애정과 선명한 목표점에서 나온다. 그것이 내가 늘 부족하다고 느꼈던 한끗이 되는 것 같다. 모두가 치과를 끊게 하는 브랜드라. 일하면서도 좀 설레게 되는 한 마디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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