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과 노력과 시간은 진짜로 증명해주나요
시간의 증명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업으로든, 삶으로든.
최근에 극초기브랜드의 마케팅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연차가 어느정도 차는 시점에 대행사에서 인하우스로 커리어패스를 시도하는 바람에 나는이 회사에서의 경험이 간절해졌다. 어느정도 제품력이 있고, 팀 규모가 크지 않으면서, 많은 걸 해볼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입사했고 실제로 입사하니 그랬다. 팀 리더도 하는 일을 존중해주는 편이였고 애초에 제로베이스에서 세팅했으니 뭔가를 단계를 밟아갈 시간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산업보다 마케팅을 먼저 배우는 바람에) 대행사에서 머릿속에 박혀버린 그 브랜드코어, 가치, 아이덴티티 뭐든 그런 것들을 잃지 않아야했고. 그러니 일단 닥치는대로 일을 해야했다. 소재를 발굴하고(하루만에?), 상세페이지를 기획하고(처음 해봄), 그 와중에 내부의 커뮤니케이션을조율하고(거의 매일 광고주 미팅을 나가는 기분이였다), 프로모션을 기획하고(처음 해봄)- 그리고 이제서야 말하는 SNS 운영까지.
대행사 시절 SNS 운영을 하면 무조건 광고비를 견적에 넣었다. 광고를 안하면 트래픽을 모으기 힘드니까. 그리고 돈을 쓰면 좋아요는 쌓였다. 생각보다 싸게 쌓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다들 SNS는 돈 안쓰면 의미없다같은 말들을 입에 담았다. 광고집행은 내가 했고 돈도 내가 썼지만 나는 늘SNS같은 오운드채널은 비용을 안쓰고도 사람을 모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암묵적으로.
SNS가 정말 시간의 증명을 말해주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다. 지금도 그렇다. 단기간의 숫자 말고 진짜 팔로워를 모으려면 반응이 없어도 뭔가를계속 해야한다고. 라고 2주정도 운영해봤지만 아직도 뭐가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한푼이 아쉽기때문에 광고는 안돌리고 있고 컨텐츠는 자주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기획도 글도 업로드도 업로드 후 확인도 다 내가 하고 있다. 평소에도 글을 쓰는 데에 거부감이 없으니 작성 자체에는 어렵지 않은데 늘 글감을 찾는 것도, 브랜드의 화법을 정리하는 것도 어렵다.
심지어 우리 브랜드 카테고리는 인스타가 크게 구매영향을 끼치는 카테고리가 아니다. 코스메틱이나 패션이나 뭐 그런것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 그래도 여전히 광고비를 안쓰면서 시간을 들여 SNS를 운영해본다. 우리가 우리 얘기를 할 수 있고, 우리 얼굴을 보일 수 있는 곳이 이곳이라고 생각해서. 꾸준함이 증명하는 수치를 보고 싶어서. 높은 수치가 아니라 의미있는 수치를. 그냥, 이 말도 안되는 자본주의와 마케팅 세상에서 꾸준함과 시간이 증명하는 브랜드의 가치가 있음을 언젠가는 증명하고 싶어서.
일을 짧게 해서일까, 같은 브랜드를 오래 맡아본적이 없어서일까. 그런저런 의미로 시간의 증명을 경험해보는 삶을 살아보고싶다. 뭔가를 꾸준히해 본 경험이 별로 없나? 일을 오래 하긴 했지만 한 브랜드를 오래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단기간에 돈으로 증명하는 수치들을 많이 내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삶으로도. 시간이 증명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꾸준히 무언가를 해서 성취해낸 삶. 성향이 단기간에 결과가 안나오면 쉽게 질리고지쳐하는 탑이라 그런지 꾸준함의 변화를 겪어본 경험이 없는 것 같다. 점점 살아갈 수록 긴 호흡으로 무언가를 진득하게 집중해서 하는 게 정말멋진 삶같은데 이제와서 그러려니 정-말 안되고. 그리고 사실 주변에 경험해본 사람한테 물어보고싶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가 하는 말들 말고. 진짜 시간은 증명해주나요? 배신하지 않나요?
실무할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오늘도 다급하게 SNS컨텐츠를 정하고 우다다다 글을 써내려가던 와중에. 이 와중에 내가 회사 SNS에 뭘 어떻게플랜없이 하든 봐주는 브랜드 감사.. 하지만 또 그만큼 일하고 있으니 나에게도 감사.. 뭐든, 시간이 증명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