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팀장의 평가는 팀원의 이직 후 회사에서 듣는 평가에 따라 달라진다

오르 Orr 2023. 9. 8. 16:34

진정한 팀장의 역량은 무엇일까? 요즘은 하도 많으니까. 좋은 팀자잉 해야할 일, 커뮤니케이션 방법, 고려해야할 것, 배려해야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나가야하는 것들이 교과서마냥 쏟아지고 또 그렇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컨텐츠의 편향성-같은건지 몰라도 획일화된 좋은 팀장이 참 많아지는 것 같다. 나쁘냐면 그건 아니고. 아무튼 그런 사람과 일했을 때 나도 되게 좋았던 기억들이 있어서.

 

 

그런데 근래 팀장의 평가는 재직 중에 일을 어떻게 했냐, 성과가 어땠냐에 갈리는 게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팀장의 평가는 바로 팀원이 이직한 후, 그 회사에서 어떤 평가를 듣고 있냐에 따라 갈리는거라고. 팀장이든 사수든 윗사람이든 상사든 평가는 그렇게 내려지는 거라는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그 기준을 보고 생각했을 때, 내가 만났던 "그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지만 팀장으로는 아냐"라고 단호하게 말했던 사람에게 다시 가장 좋은 평가를 내려야한다는 것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때는 진짜 짜증나는 잔소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상사가 하는 잔소리에 꽤 거부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내 상식선에서 이해가기 어려운 수준의 말들이였어서) 듣던 말들이 이직하고 나니 도움이 되고 있다.문장 하나를 쓰든, 일을 하나 처리하든, 하다하다 심지어 일을 하기 싫어질때까지도! 말도 안되는 슬럼프가 왔을 떄 그 사람이 해 준 조언은 정말 도움이 안됐는데, 그게 이제와서야 머리에 맴도는 것이다. 보고할 떈 이렇게 해, 문장을 쓸 땐 이렇게 해, 일 하기 싫을 땐 이렇게 해, 일할 땐 이런 태도로 해 뭐 이런 것들이 그때는 진짜 짜증났었다고! 심지어 열심히 해라 이게 아니라 들었던 조언에는 일할 때는 감정을 빼라. 정을 주지 말아라. 쓸데없이 노력하지 말아라. 뭐 그런 내용들이 태반이였고 대체 왜 노력하겠다는 사람 김을 저따위로 뺴는 건가 생각했는데 그게 이제와서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얼마나 억울하고 웃음이 나는지. 정말 그렇다고 전 팀장을 닮게 되진 않았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나나 무언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전보다 훨씬 매끄러워진 나, 그리고 그 결과로 이직한 회사에서 얻고 있는 신뢰들이 결국 그 말들이 맞았음을 반증한다.

 

뭐가 맞을까. 같이 일하면서는 정말 피곤했었는데. 말끝마다 아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를 달고 살았고 내 주변 친구들도 나를 위로했었는데. 막상 나오고 나니 문득문득 목소리가 들린다. 내 머릿속에서 나가! 라며 몸부림치다가도 결국은 그 조언에 기대 일을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하고 있는 중이나 그 후나 다 도움되게끔 다 잘하면 좋겠지만.. 어떤 게 장기적으로 더 좋은걸까?

 

적어도 팀원의 이직 후 평가에 스스로의 역량을 기대고 있는 거라면 그쪽이 더 애정이라는 생각은 든다. 정말 단기/가시적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의 궁극적인 성장을 바라는 것에 대한 결과라서. 아무튼 그래서 여기서 인정받을때마다 묘하게 그런 마음이 든다니까. 보고 있냐! 보고 있냐고요! 라는 마음과 이제서야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 미묘한 고마움. 좀 좋은 사람이였나? 라고 이제서야 생각하게 되는 나. (아니, 아니, 그건 아니다 근데) 이럴 때마다 인생은 정말 어떻게 될 지 모르고 내가 지금 말하는 것들이 나중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늘 신중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고 상대의 신중함과 좋은 점을 늘 잊지 말아야지. 언젠가는 영향을 받는것을 포함해서 주는 것까지도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늘 결심만 늘어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