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어쩌면 자아효능감은 스스로 만드는 것일지도

오르 Orr 2023. 10. 25. 10:32

자아효능감이라는 게 대체 무엇일까?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게 되는 단어인 것 같다. 특히 나는 내 스스로를 "'효능감'을 동력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라고 소개해왔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정의를 잘 못했다. 난 그간의 효능감은 집단에서 성과를 내고, 인정받고, 대체할 수 없는 인력이 되어 어딜 가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바로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사실 지금보다 훨씬 연차가 낮았을 때는 그래서 업무방식에 반발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뭔가 비효율적인 것 같은데, 뭔가 의미없는 보고인 것 같은데, 이러면서.

차차 시간이 지나고, 회사를 거쳐오고, 팀의 운영과 회사의 운영에는 수많은 맥락과 사람들의 의견들이 포함된다는 것을 배워가면서 지금은 조금 생각이 바뀌고 있다. 아직 온전히 정리할 수는 없지만, 내 효능감을 회사에 의존하는 순간 모두에게 민폐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게 일을 열심히 하지 말자- 라는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기준은 스스로가 잘 세워야한다는 것이다. 과정에 있는 것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결국은 목표하는 결과를 이루어냈을 때 스스로를 충분히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아'효능감인데도 그 기준을 내가 아닌 외부에 두는 순간부터 주도권을 잃게 되는 것 같다.

기준을 스스로에게 두려는 연습을 하려고 하니 가장 우선되는 게 말 그대로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였다. 예전에는 외부의 피드백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버릇해서 실제로 이 문제가 해결 불가능한 문제인지, 이렇게 휘둘려야 하는 상황인지까지는 제대로 파악 못하고 무작정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했던 것 같다. (해결과는 별개로) 이제는 한 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정말로? 진짜로? 

이러다보니 부정적인 얘기를 잘 안하게 된다. 주변에서 혼란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더 차분해진다. 부정적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분위기를 망치고 사람들의 눈을 가릴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적으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다보면 사실 생각보다 별 일 아니네? 하는 게 직장생활의 문제들인 것 같다. (대부분은...)

그리고 또 바뀐 게 있다면, 그리고 바꾸려고 하는 게 있다면 정말 비교를 안하려고 한다는 것. 세상에 잘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 멋진 사람도 너무 많고 어쩌면 같은 팀 안에서도 질투가 날 만큼 부러운 사람들이 있지만 그 사람들에게 조금 더 깨끗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정말 내가 배울 수 있는 건 뭐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뭐지? 싶은 생각을 하는 것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고생해서... 이렇게... 멋진 능력을 얻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고. 예전에는 그 사람의 빛남과 드러남만 봤는데 지금은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갈고 닦았을까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또 새삼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는 것 같고. 무려 애틋해지기도 하고.

이러다보니 스스로를 많이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 "잘 출근하고 잘 퇴근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라고 늘 주변에 말해왔는데 스스로에게도 이제서야 적용할 수 있게 되는 느낌. 오늘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휘둘리지 않고, 문제를 잘 받아들이고 해결하고 하루를 잘 보내는 것. 그리고 저녁엔 평안하게 잠드는 것. 오늘 이럴걸, 저럴걸, 후회하지 않고 지나간 일은 패스- 앞으로 잘하자, 하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밤. 뭐 그런 것들.

그러다보니 스스로가 잘 한 것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고, 목표지점을 조금 더 명확하게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주변에 기준을 두지 않으니 내 한계를 잘 생각해보게 되고, 또 그 한계를 어떻게 부술 수 있을지 계획하게 되고. 나를 돌아본다는 게 단순히 감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감정을 배제하고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 또한 포함된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그런 의미로 스스로에게 다정하기가 그렇게 어렵다는데. 특히나 어딜 가나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내게는 더 어려운 문제인데. 마냥 나를 위로하고 위안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내게 만족할 수 있게- 잘 될 수 있게 야무지게 챙겨주는 것. 여전히 주변의 평가에 매몰될 때도 있고, 객관적으로 차분하게 가라앉는 게 잘 안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늘 주변의 혼란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잘 걸어가고 있는지 돌보는 것. 그리고 그 걸어가는 길에서 만족을 느끼는 게 진정한 효능감같다. 더 많이 노력해서, 더 많이 커서, 더 많은 걸 배워서 조금 더 '자아'든 '효능감'이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